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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덜컥, 합격의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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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수상자  윤희정 조회  8719

후기작성은 정말로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이 쓰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후기 작성을 하려니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다. 명색이 독서지도사 시험 합격자의 후기인데 맞춤법, 띄어쓰기가 틀리면 어쩌나 하는 옹색한 두려움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의 마음도 전하고, 합격 후 달라진 나의 모습을 알리고 싶다. 또 이 후기가 나 자신에게 새로이 다짐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으며 쓴다.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은 정말 나와의 싸움이었다. 워낙 사람 좋아하는 나로서는 선생님과의 눈빛교환 없는 수업은 정말이지 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궁금한 것은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고, 고개도 끄덕이며 교감을 해야 학습이 이루어 지는 거 아닌가. 인터넷 강의를 처음 들어본 나로서는 강의를 듣는 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런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생동감 넘치는 강의를 하시는 교수님들이었다. 눈앞의 카메라를 두고 하는 강의가 얼마나 재미있으시려나 싶은데, 교수님들은 학생들이 열심히 듣고 있으려니 생각하시며 침 튀기는 (실제로 화면에 몇 방울 보인적도 있다. 허허...) 열강을 하셨다. 이런 교수님들의 강의는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는 명강의 이리라. 어떤 강의는 여러 번 돌려 보기도 했다. 그 교수님의 수업이 더 듣고 싶어 실제 인터넷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기도 했다. 하도 교수님의 얼굴을 많이 봐서 만약에 길에서 본다면 달려가 인사할지도 모른다. "교수님, 저 모르세요? 독서지도사 수업 들었는데... 아! 아..." 상상하니 웃음이 난다.

독서지도사가 되려면 수업만 열심히 들어서는 안 된다. 과제를 해야 한다. 게다가 그 과제를 정해진 기한 안에 제출해야 한다. 그래서 월말이 다가오면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이제야 책 읽은 감상을 제대로 써 보는 느낌이 들었다. 늘 아이들을 교육한다고 하지만 정작 나는 독후감 몇 편 진지하게 써 본 적이 있었던가. 아이들이 읽는 책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때로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사의 눈높이에서, 그리고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으나 아직도 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책을 읽고 감상을 쓰는 일은 뜻깊었다. 다양한 도서목록 중에 내가 원하는 책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과정이 끝나고 나서 내가 어떤 책을 선택했었나 돌아보니 나의 성향이 보이기도 한다.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과제를 하고 가슴 뿌듯한 적은 처음이었다.

과제를 내고 첨삭을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길었다. 게시판에 글도 올리고, 우체통을 째려보면서 열심히 기다렸다. 첨삭이 도착한 시간은 기다림도 아득해져 버린 몇 주 후였다. 그런데……. 첨삭을 받고 나니 왜 늦게 도착했는지 알 것 같았다. 여러 선생님들의 꼼꼼한 첨삭이 되어있었다. 작은 문장부호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적혀있었고, 글의 짜임새, 문장 구조에 대한 충고도 자세하게 되어 있었다. 한때 글 꽤나 쓴다고 생각했었건만……. 부끄럽기도 했지만 나의 약점을 알았다는 것이 기쁘기도 했다. 내 글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첨삭을 받은 적은 처음이었다.

이미 과정이 끝난 후에 도착한 마지막 첨삭 과제를 되돌려 받은 봉투 안에서는 사과편지가 있었다. 그리고 내 글에 대한 감상과 격려가 들어있었다. 수료증과 합격증, 그리고 첨삭과제는 내 책상위에서 더 좋은 독서지도사가 되라고 오늘도 나를 응원하고 있다.

오늘도 아이들 독서 수업이 있다. 지난 과제물을 꼼꼼히 첨삭해 주고, 수업내용을 확인하고, 아이들 교실 의자를 정리하면서 독서지도사로서의 행복감을 즐긴다. 요즘 나에게 스스로 놀라는 것은 시험 합격을 위해 겨우 끙끙대며 공부했던 독서지도 이론책을 다시 잡았다는 것이다. 이론의 토대위에 창의력이 생기는 것임을 지도사 공부를 하면서 알았다. 그래서 이론서를 조금씩 보고 있다. 지도사 합격의 후유증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