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배화여중 3학년 2반 교실. 오후 1시 국어시간이 되자 김규형 교사가 tv를 통해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를 틀었다.
수업 시간에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이유는 시간을 때우거나 학생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학교가 진행하는 논술 수업의 일부다. 흔히 논술 수업이라 하면 글쓰기나 독서 활동 등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 학교는 책을 비롯해 신문과 잡지,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논술교육을 하고 있다.
김 교사는 ‘붉은 돼지’를 보여주면서 “이 작품에는 개인의 자유가 우선인가, 국가에 대한 충성이 먼저인가라는 내용이 담겨 있으니 주의해서 보라”는 설명을 빼놓지 않았다.
단순히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영화 한 편을 보면서도 논술의 기본이 되는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김 교사는 “중학 과정에서는 완성된 글쓰기를 하게 하기보다는 스스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친숙한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화여중이 처음부터 이같이 독특하면서도 효과적인 논술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3년 전 처음 논술 수업을 할 때는 국어교사 한 명이 원고지 작성법이나 서론-본론-결론 쓰기 등 논술 형식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교사들을 중심으로 효과적인 수업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김 교사를 비롯한 10여 명이 연구팀을 꾸려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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