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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책읽기 싫지, 내가 읽어줄게”

등록일   2005-05-16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기억은 늘 생생한 그런 일이 있다. 어느 교육청에서 중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필독서를 발표했는데 거기 ‘소녀경(素女經)’이라는 책이 올라 있었던 것이다. ‘소녀경’은 방중술을 다룬 중국의 고대서다. 30가지 교접의 자세까지 설명하고 있는 책이니 소녀(少女)들이 보기엔 좀 민망하다. 아마 담당자가 책은 읽지 않고 제목만 보고선 ‘순결한 소녀가 되기 위한 경전’쯤으로 해석해서 목록에 올린 결과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담당자는 자리가 온전치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요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명분만큼이나 책을 읽혀야 한다는 명분도 압도적이다. 도서구입도 하고, 학생들 수행평가 과제를 주려면 여기저기 뒤적이며 ‘필독서’ 혹은 ‘추천도서’ 목록을 짜야 한다. 그러면서 혹여 ‘소녀경’ 파동 같은 게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곤 한다. 그래도 파울로 코엘료의 ‘11분’ 같은 책이 구입한 도서에 슬쩍 끼어 있곤 해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도서부원 누군가가 호기심에서 주문 직전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런 호기심을 야단쳐서 그 싹을 잘라버려야 할까? 그러면 어떤 코스로 학생들의 독서를 인도해야 하나? 독서교육이 명분있는 일이라 해서 너무 중구난방인 건 아닐까? 독서교육만 담당하는 ‘독서교육청’ 같은 기관이 있어 수십명의 사서들이 부지런히 책을 읽고, 목록을 짜고 수정하는 등 일관성 있는 체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 와중에 프랑스 교사이며 작가인 다니엘 페나크가 ‘독서교육’에...... 전체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