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북

상세 내용 보기

제목  내가 배운 신문, 내가 가르칠 신문

구분

우수

수상자  이진희 조회  5809

NIE 지도자 과정을 마치며 신문에 대한 기억을 더듬다보니, 오래전 여고시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국어 선생님이셨던 담임선생님은 1년 동안 신문 사설 스크랩 숙제를 내셨다. NIE라는 개념이 보편적으로 알려지기 전이었지만, 당시에도 신문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시는 선생님은 많으셨다. 오리고, 붙이고, 읽고, 쓰고 하는 과정들이 무척 귀찮고 하기 싫은 숙제였지만, 빨간 펜으로 문단을 나누고 요점정리를 해놓은 노트의 페이지들이 지금도 눈앞에 보이는 듯 선명한 걸 보면, 그마저도 여고시절 추억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그때 사설을 읽으며 차곡차곡 쌓은 실력이 그 후에 나를 이끌어준 힘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큰 도시에서 삼십년 가까이 살던 나는 결혼 후 작은 지방 도시로 내려와 살게 되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주말 부부를 하며 직장을 계속 다녔지만, 아이를 낳고 나니 그마저도 힘이 들어 일을 그만 두었다. 새로 정착하여 살게 된 지역은 작은 지방도시라 내가 하던 일과 관련된 일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말로만 듣던 ‘경력단절여성’이 되어버린 것이다.

무료함을 이기기 위해 시작한 것이 친척 아이들을 모아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생각보다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었는데,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이들을 가만히 보니 국어실력이 많이 부족한 아이들이었다. 다른 과목들도 마찬가지였다. 국어능력은 기본적인 학습능력이 되기 때문에 이것이 뒷받침이 되지 않은 채 다른 과목을 열심히 한다는 건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때 내가 다시 떠올린 것이 바로 신문이었다. 처음엔 인터넷을 뒤지고, 주변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해 얻은 자료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신문을 오리고, 붙이고, 읽고, 쓰고...아이들은 생각보다 신나했다. 처음엔 낱말 하나 찾아 쓰는 것도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차츰 글을 읽고, 필요한 내용을 찾고, 그 밑에 자기 의견을 적어 넣었다. 나날이 달라지는 아이들에 비해 이젠 내가 부족함을 느꼈다. 제대로 공부해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치고 싶었다. 둘째 아이를 낳고 몸조리를 하는 기간에, 그냥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다. 낮엔 갓난아기를 돌보고, 살림하느라 책 한줄 읽을 시간이 없었고, 밤엔 밤중수유를 해 가며 동영상 강의를 들어야 했지만, 너무나 즐거운 마음으로 그 수많은 밤을 지새웠던 것 같다. 오랜만에 학생이 된 기분으로 여러 날을 고민하며 과제도 했다.

신문은 참으로 신기하다. 그렇게도 오래된 시스템에 나날이 새로운 정보들을 채워간다는 것. 내가 학생일 때에도 중요한 일과처럼 했던 신문읽기가, 지금도 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을 제시해 준다는 것.
정말 중요한 것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교과서가 달라지고, 입시가 변하고, 교육정책이 변해도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달라지지 않는다. 신문의 유용성, 신문활용교육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욱 많은 우리의 아이들이 고액과외나 이리저리 변하는 교육 트랜드에 흔들리지 않고, 가장 쉬운 방법으로 가장 바른 방법으로 공부했으면 하는 바램으로 나는 오늘도 이른 새벽부터 대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신문을 집어든다.